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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가옥협회 이정범 회장, 한옥의 전통을 위해 인생을 걸다전통가옥의 올바른 역사를 보급하기 철저히 고증된 미니어처 제작
정성경 기자 jsgbible@naver.com | 승인2017.12.30 22:42

[대한뉴스=정성경 기자] 35년 전부터 전통 가옥 미니어처를 만들어 온 이정범 회장의 목적은 단순하다. “한국의 혼을 지키는 것”. 하지만 그는 이 작업을 ‘미친 짓’이라며 긴 세월 그의 혼이 담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한국전통가옥협회 이정범 회장 ⓒ대한뉴스

한국전통가옥협회 이정범 회장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선유동의 어느 허름한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섰다. 안에는 전통 가옥을 정교하게 축소해 만든 미니어처 세상이 펼쳐져있었다. 고양향교, 고양시의 유일한 정발산동의 밤가시 초가, 조선 말기 명성황후 민씨의 피난처였던 경기도 양주의 백수현 가옥, 벽제관의 육각정, 권율 장군을 모신 행주산성의 충장사, 등 한국의 대표적인 초가나 한옥의 미니어처들이었다. 또한 경남 거창의 정온 고택을 비롯해 고종 때 공조참판을 지낸 김향연의 후손인 괴산 김기응의 가옥 등 중요 민속자료인 가옥들이 축소 모형으로 재현되었다. 한옥의 초가집, 기와집 너와집, 귀틀집 등이 종류별로 진열되어 ‘축소된 전통 가옥 박람회장’을 방불케 하는 비닐하우스가 무려 3동이나 있다.

 

국내 마지막으로 남은 귀틀집 오두막을 보고 시작된 긴 여행-전통가옥협회의 시작

대목장인 할아버지를 둔 이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그 재능을 물려받아 모형 만들기를 잘했다. 하사관으로 제대 후 잠시 경찰공무원 시험공부를 했지만 이내 한옥 짓는 일로 돌아왔다. 손재주가 있는 이 회장은 인기가 좋았다. 틈만 나면 미니어처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다 1999년 강원도 국제관광엑스포에 민속가옥모형을 출품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해 겨울, 자정이 넘어 광주MBC에서 방영하는 우리나라 마지막 귀틀집 오두막을 시청하게 된다. 가슴이 뜨거워진 이 회장은 다음날 새벽 바로 무주군 설천면을 찾아가 숙명같이 전통가옥에 빠져든다.

 

이 회장은 “전통가옥 실태조사를 위해 단양의 도담삼봉을 지나는가는데 할아버지 3분이 충주호를 보며 ‘자네 집은 저기 있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알고 보니 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을 그리워하고 계셨던 거다. 그래서 당장 단양군청에 찾아가 수몰된 마을의 가옥 관련 자료들을 물어보니 역시나 남아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해서 알아낸 것이 한국 전통가옥의 200여종이었고 그 중에서 120여종을 미니어처로 재현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이 회장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2000년 서울국제문화관광 상품전, 서울무역전시관 세계관광상품전, 2002년 우리 꽃 박람회 출품 및 대상 수상, 2005·2006·2013년 고양 국제 꽃 박람회 출품 등 다수의 박람회에 초청받아 전시회를 열고, 2007년 자랑스런 명장 10인, 2014년 신창조인대상 수상 등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또한, 각종 국제박람회를 통해 소개된 그의 작품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얻어 세계에 우리 전통가옥의 아름다움을 알릴 새로운 한류상품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미니어처를 통해 전통가옥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자했던 이 회장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 왔다. 그가 작품을 전시, 보관하기 위해 사용되던 경기도 고양시 선유동에 위치한 하우스가 ‘불법’이라는 오명 속에 철거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는 “내가 평생을 바쳐온 일이 한 순간에 ‘불법’처럼 취급받았다는 것에 화도 나지만, 무엇보다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그동안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지키는 사람으로서 사사로운 이득보다는 사회를 위해 좋은 활동을 많이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점이 전혀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정책이 그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행정적인 잣대로만 평가를 내리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몇 년 전 취재하러 왔던 외국인이 나의 작품과 초라한 작업 공간을 보고 놀라며, 당신의 나라에서는 이런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 두냐고 말했다. 과연 그들의 눈에 이 나라와 나는 어떻게 비쳤을까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전통가옥협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솔직하게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전통가옥을 지키고 알리기 위해. 도움을 받고자 찾아간 관공서에서는 자신의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 서로 떠넘기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대한뉴스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민초들의 삶을 조명하다

한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기와집이다. 초가집까지는 알겠지만 너와집과 귀틀집은 낯설다. 왜 이런 보편적인 정서가 심어진걸까? 이 회장은 우리 민족의 한과 얼이 서린 주거문화가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것에 안타까워한다. 그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관광지 대부분이 한옥으로 그 예술성과 고풍스런 미적 감각을 높이 평가받으며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지만, 백성들의 평범한 집은 그런 보호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민초들의 가옥은 마을사람들이 모여, 혹은 가족끼리 소담스럽게 짓고 살아왔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우리 선조들이 영위한 생활의 단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매개체임이 틀림없다. 먼 훗날의 후대가 지금의 우리들을 바라보며 소수의 상류층만이 향유했던 고급 문화예술만이 전통이라 얘기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양식을 중시했던 기와집의 멋이나 운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밖의 영역에서 살아간 백성들의 삶, 그들의 가옥 또한 소중히 존중받고 연구되어야 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전통가옥에 마음을 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집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은 우리들이 생활하는 삶의 중요한 터전이자 안식처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집은 필수가 아닌 필요의 공간으로, 임시 거처나 재테크 수단, 재산 목록 등으로 분류되어 그 가치와 의미가 달라졌다. 이 회장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심신을 편안히 쉬게 해주는 집의 의미가 상실되어서”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국전통가옥전시관, 오감으로 배우는 역사의 현장이 될 것”

이 회장의 오랜 소원은 한국전통가옥전시관을 세우는 것이다. 좀 더 많은 이들과 만나기 위해 이동식 전시관도 좋겠다는 그는 그동안 제작한 전시작품들을 상설전시를 열어 보다 많은 이들이 전통가옥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계절의 흐름에 따라 전시관 작품의 계절 풍경도 변화하고, 움직이는 인형과 기구들로 한국의 옛 이야기들을 구성해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그는 “그 어느 교육보다 효과적인 역사교육의 장이 될 뿐만 아니라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에게 큰 위로와 존경의 표현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문화의 전통과 전통가옥에 어린 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되길 바란다”며, 각 지자체 및 문화예술 관련기관의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부탁했다. 아울러 전통가옥의 현대적 적용에도 관심을 가진 이 회장은 ‘조립식 퓨전 전통가옥’에 대한 특허를 취득해 간편하게 지을 수 있는 조립식전통가옥에 한국 전통가옥의 미를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민간자격등록증으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보급하여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긴 시간의 이야기를 통해 기쁨과 슬픔, 기대와 좌절을 쏟아내던 이정범 회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다시 선택하는 그의 끈기와 노력에 한국전통가옥협회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을 마침내 이룰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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